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인간을 각종 질병의 위협으로 부터 보호하고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삶의 마지막 단계인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삶의 마무리를 어떻게 맞아할지는 제각기 다르겠지만 미리 생각해보는 것은 매우 유의미한 일입니다.
저는 가족의 투병으로 인해 오랜 간병생활을 했고 그로 인해 예전부터 나의 마지막은 내가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에 연명의료나 안락사, 장기기증 등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10년전 장기기증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할 때만 해도 남편은 아직 젊은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에 대해 불편해 했습니다.
하지만 죽음은 예상할 수 없고 아무런 준비없이 맞닥뜨리는 그 순간 제가 결정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허무할 것 같았습니다.
오늘 이 순간 여러분은 삶의 마무리를 어떻게 하고 싶은지 잠시라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라며 오늘 포스팅 시작해 보겠습니다.
연명치료 거부
연명치료(연명의료) 거부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치료효과없이 임종과정에서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유보하거나 중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 통증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영양분 공급, 물 공급, 산소의 단순공급 및 평안과 청결을 위한 제반조치는 이루어집니다.
연명의료결정제도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정립함으로써 환자가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의학적으로도 무의미하고, 환자도 원치 않는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환자의 연명의료를 결정할 책임이 가족으로 넘어가 심리적, 사회적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보호하고자 마련된 제도입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19세 이상의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향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연명치료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향을 문서로 작성해 둘수 있습니다.
여기서 임종과정이라 함은 회생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이 임박한 상태를 뜻합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건복지부의 지정을 받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방문하고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해야 합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는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방문기관에서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는 등록기관이 아닐 수 있으므로 반드시 등록기관 지정현황을 확인후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등록기관마다 상담실 운영기준이 상이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기관에 미리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본인이 직접 작성해야 하므로 등록기관 방문 시 신분증을 지참하여야 합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신청후기
10년전에는 따로 국가지정 등록기관이 없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사단법인에 등록하거나 대리인에게 맡겨 연명의료 중단을 위임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유야무야 되어버렸었는데 이제 등록, 보관되어 필요 시 법적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해서 이번에는 제대로 신청해 보려고 합니다.
등록기관에 전화해 보았더니 아직 젊은 거 같은데 왜 벌써 그걸 쓰냐고 되려 물어보시네요.. ㅎㅎㅎ
제일 빠른 상담이 2주 후라 그때로 예약해 두었습니다. 그냥 갈려고 했는데 헛걸음 할뻔 했습니다. 여러분도 꼭 미리 연락해 보시고 방문하세요..
방문후기
방문 첫 질문은 왜 벌써 등록하느냐? 였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전담 상담사가 그런 말을 하는 것에 굉장히 실망을 하셨습니다.
그 다음으로 법적효력이 전혀 없으며 만약 사고가 일어난다해도 병원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확인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쓸데없는 짓을 하러 온거군요?’ 라고 물었고 상담사분은 ‘그렇다’라고 답변하셨습니다.
굉장히 허무했고 제가 바보같이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언젠가 분명 내가 직접 말할 수 없는 의지를 전해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한달 정도가 지나면 등록한 주소지로 카드가 발급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것도 장기기증처럼 신분증에 아예 표기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명의료결정제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직은 여러모로 아쉬운 제도인것 같습니다.
마치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거부를 요구하는 제도로 진정한 가치실현을 위해서는 말기환자로 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래 동영상 보시고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내 가족에게 넘어갔을 때 느낄 부담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